광주 역전승에 日 충격→'중국 탓'…"뒤늦게 실격 처리 中 산둥 때문이야"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정효 매직'이 적중하면서 K리그1 광주FC가 일본 J리그 강호 비셀 고베에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챙기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에 오른 가운데 일본 매체들은 중국 구단 산둥 루넝 때문에 고베가 느닷 없이 광주를 만나 패했다며 패인이 산둥 구단에 있다고 했다.

산둥 구단이 지난달 울산 HD와의 원정 직전 돌연 경기를 포기한 것에 이어 대회 자체를 기권, 산둥이 지금까지 치른 모든 경기가 몰수게임으로 선언된 후폭풍이 고베에 닥쳤고 결국 16강에서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는 뜻이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ACLE 16강 2차전 고베와 홈 경기에서 전·후반을 2-0으로 이기면서 1·2차전 합계 점수를 2-2로 맞춘 뒤 연장전에서 알바니아 국가대표 공격수 야시르 아사니의 천금 같은 결승포를 앞세워 3-0 완승을 챙겼다.

지난 5일 고베 원정 1차전에서 0-2로 패했을 때만 해도 광주가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2025년엔 K리그1 구단이 아시아 최상위 레벨 클럽대항전 8강에 한 팀도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략가 이정효 감독과 똘똘 뭉친 광주는 J리그 최근 2연패를 이룩한 고베를 차분하게 공략한 끝에 전반과 후반, 그리고 연장전에 한 골씩 터트리며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로써 광주는 역대 시·도민구단 중 ACL 무대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오른 팀이 됐다.

아울러 ACLE에 동반 참가한 기업구단 울산 HD와 포항 스틸러스가 리그 스테이지에서 탈락한 가운데 광주가 K리그의 자존심을 세운 셈이 됐다.

광주는 내달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각각 4팀씩 모여 중립 경기 단판 승부로 열리는 8강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경기 장소는 중동 사우디아라비아다.

앞서 1차전에서 수비 위주의 초반 전략을 들고나왔다가 낭패를 본 광주는 이날은 볼점유율을 일찌감치 끌어올리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전반을 62.1％의 공 점유율로 마친 광주는 슈팅 5개와 유효슈팅 3개를 기록하며 고베를 압도했다.

그러면서 이날 경기의 소중한 선제골을 올렸다.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박태준의 크로스가 문전에서 고베 수비진과 경합하던 박정인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박정인이 껑충 뛰어올라 이를 헤딩으로 연결한 게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상대 골키퍼 마에카와 다이야의 키를 넘겨 선제골이 됐다. 1~2차전 합산스코어 1-2를 만들었다.



한 골 더 넣어야 연장전을 갈 수 있었던 광주는 후반에도 계속 일본 최고의 팀을 몰아붙였다.

결국 후반 40분에 결실을 봤다.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핸드볼 반칙이 지적됐고, 아사니가 페널티킥을 성공해 1·2차전 합계 점수 2-2로 균형을 맞춘 것이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두 팀은 연장전에 접어들었고, 알바니아 대표팀에서도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는 아사니의 통렬한 왼발 슛 한 방이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아사니는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아크 부근 고베의 수비진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슛을 쐈는데 이게 포물선을 그리며 원정팀 골문 왼쪽 상단을 흔들었다.

1~2차전 합계 기적 같은 3-2 역전승을 광주가 일궈낸 순간이었다.

종료 직후 일본 축구계와 언론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1차전 경기력이나 일본 축구의 수준을 보면 K리그1에서도 이번 시즌 고전하는 광주에 고베가 뒤집힐 것으로 보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두 팀은 16강에서 만날 운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산둥의 기권으로 참가팀들의 승점이 뒤늦게 새로 계산되면서 두 팀이 붙게 됐다.

리그 스테이지에서도 고베를 만나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팀 같다"고 했던 이정효 감독이 자신의 발언을 행동으로 뒤집었다.

일본 축구매체 '게키사카'는 경기 직후 "J리그 왕자 고베가 K리그1 중위권 수준의 광주에 무너졌다"며 "리그 스테이지에서 순위 변경에 따른 상대팀 교체가 컸다. 산둥이 울산 HD전을 기권하면서 산둥의 모든 경기가 실격 처리됐다. 그러면서 고베와 광주가 만나고 말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프로축구연맹 / 광주FC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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