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입니다 연애하기 전 친구로 지내던 기간까지 하면 남편과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어요 남편과 연애하기 직전에 만난 사람이 2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5명 이상의 여자와 동시에 바람을 피웠는데 얼마나 철저하게 숨겼는지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결혼 얘기가 오갈 때 쯤에 그 사람과 만나던 여자들이 저에게 연락해서 알게 됐어요 너무 충격을 받았고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서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 후로 5년 정도 아무도 못 만나고 방황했는데 지금 남편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조금씩 나아졌고 결혼까지 했어요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가 정말 꼭 지켜달러고 신신당부한 게 있어요 첫 번째는 거짓말하지 말 것, 사람이 살면서 거짓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기에 선의의 거짓말이나 사소한 거짓말 같은 건 신경 안 쓰겠다, 다만 그런 거짓말을 하더라도 나에게 들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두 번째는 이성과 단 둘이 사적인 자리를 만들지 말 것, 만약 이걸 어기고 싶어질 정도로 좋아진 사람이 있다면 절대 숨기지 말고 나와의 관계부터 정리하고 새로 시작할 것, 딱 이 두 개였어요 남편도 제가 전 애인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구요 그동안 제가 봐온 남편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저도 작년까지는 굳게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때 쯤이었어요 친구가 갑자기 전화해서 며칠 전에 남편이 다른 여자와 단 둘이 분위기 좋은 와인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봤는데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이제야 얘기한다고 하더군요 그 날은 남편이 저에게 팀 회식이 있다고 했고, 술에 잔뜩 취해서 새벽 2시쯤 들어온 날이었어요 너무 놀라기도 했고 남편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갑자기 출장이 잡혔다고 하고 남편 퇴근 전에 짐을 싸서 집 근처 모텔방을 잡아 일주일 정도 지냈었어요 바람인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섰고 확인할 용기도 없어서 시간만 보내다가 집으로 다시 들어왔고 남편은 반갑게 맞아줬지만 저는 어무렇지도 않은 척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집을 비운 진짜 이유가 뭔지 얘기하게 됐고 남편은 순순히 인정하고 속여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더군요 카드 내역, 네비 기록, 카톡 같은 걸 전부 보여주면서 그냥 회사 동료일 뿐 아무 사이도 아니고 팀회식 이후에 둘이서 두 시간 정도 술을 마시다가 그 여자 남자친구가 와서 셋이 또 마시다 보니 늦게 들어온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카톡을 보니 남편이 그 여자와 단 둘이 술집에 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더라구요 카톡에 일적인 대화, 퇴근 후 갈 술집, 상사 욕 같은 건 있었지만 그 여자의 남자친구 얘기는 하나도 없었구요 그래서 이게 바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바람이 아니라고 해도 오래 전 저와 한 약속을 어긴 거라서 제가 불같이 화를 냈는데 남편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어요 얼마나 더 미안하다고 해야 하냐, 난 친구도 못 만드냐, 너한테 부끄러울 일은 한 적이 없어서 떳떳하다고 되려 큰소리를 쳤어요 그러면서 제가 신경쓰고 걱정할까봐 일부러 말 안 했다며 이건 저를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했어요 1년이 지났는데도 이 말들이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너무 상처받아서 당신이 이렇게 큰 소리칠 입장이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이혼하자 말하고 친정으로 갔고 4개월 정도 지냈어요 이혼서류는 바로 보냈지만 남편이 싸인해주지 않았어요 그 대신에 매일같이 친정에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무릎 꿇고 비는 바람에 그놈자식 가만 안 두겠다던 친정 부모님도 한 번 쯤 다시 대화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기 시작했고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남편을 다시 만났어요 자기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하면 안 될 말을 했다, 다시 그런 실수 안 하도록 글로 적어왔다며 종이를 건네주는데 20페이지 이상을 적어 왔더라구요 변명하는 말,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등등 많은 말들이 써있었는데 저도 그동안에 든 정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싹 없어진 건 아니었어서 결국 다시 집으로 들어왔어요 남편은 직장 때문에 상경해서 주변에 친구가 없는 게 외로웠고 회사에도 또래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말이 통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생겨서 좋았다고 해요 연애감정을 품은 건 절대 아닌데 이성인 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제가 절대 안 된다고 할까봐 숨겼대요 절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서만 있었던 적은 없고 항상 그 여자 남자친구가 퇴근하면 합류해서 셋이서 마시다가 집에 왔대요 이렇게 말해도 제가 미덥지 못하다는 눈치인 걸 보고 그 커플과 저희 부부 동반으로 식사하는 자리도 마련해서 오해를 풀어줬어요 일단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고 지금까지 같이 살고는 있지만 저는 이제 남편을 오롯이 믿을 수가 없게 됐어요 자꾸만 불안해지고 의심하게 되고 마음이 너무 힘듭니다 원래는 남편이 늦는다고 해도 그러려니 했고 누구랑 뭐 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늦는다고 하면 야근인지 회식인지 사적인 술자리인지, 누구랑 남아서 야근을 하고 누구랑 술을 마시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계속 물어보게 돼요 남편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평소와 동선이 다를 땐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거나 자기 위치를 캡쳐해서 보내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지만 제가 반 년을 넘게 이러고 있으니 남편도 조금 지친 듯하고, 저 스스로도 갉아먹는 것 같아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어요 남편이 늦을 때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직장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최대한 신경을 안 쓰고 극복해보려고 했는데 단기간에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언제까지고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같이 끌어안고 있으면서 망가지는 것보단 차라리 이혼하고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맞는 거겠죠? 저에게 남편이 다른 여자와 술 마시고 있다는 얘길 해준 친구는 자기가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며 아직까지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요 저도 차라리 몰랐다면 어땠을까 싶다가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떡하겠냐는 생각도 들었다가 매일매일 이걸 반복하느라 머리가 너무 아파요 일도 손에 잘 안 잡혀서 자주 야근하게 되고 속도 답답하고 죽을 맛입니다 |
모바일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쓴 글 보기 > 책갈피에서 확인하세요.
베스트 댓글
남편이 여직원과 단둘이 술마신건 백번 천번 잘못한게 맞지만
이후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것 같은데
본인도 본인성격과 트라우마 개선을 위해 노력해봐요
자꾸 그전 사람이 그래서 그렇다에 갇혀있지말구요
좋은(?)사람 놓쳐봐야 정신 차릴듯
작성자 찾기
일반 댓글
항상 근심걱정 하고사시는 스타일이죠? 오해하지마세요. 비꼬는게 아니라 저도 항상
걱정근심에 남을 못믿고 항상 의심하는 스타일이라 본인이 엄청 힘드셨을텐데
그런걸 잘 알아서요.. 어떻게 결혼하셨어요? 용기있으세요. 저라면 결혼 못했을것같아요.
전 남을 못믿거든요
앞으로 못살 것 같은데;;
6년차인데 이정도면
애생기고 10년차되고 애들 크고하면 더 심해질 것 같구요.....
나아질 것도 없을 것 같고.
바람은....유전이라고 하는 만큼 솔직히
고치기 힘들다 생각해요.
저라면 일주일동안 나가서 생각하는것보다 남편에게 말하기에 앞서 뒷조사를 확실히 하겠습니다!
나를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