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아주 친한 대학동창 친구가 있는데, 그 집 아들이 올해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진심으로 축하했고 축의도 많이 할 건데...문제는 며느리 될 사람의 가족이에요. 처음에 예비 며느리라고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그냥 얼굴이 익숙한데? 정도로 생각했어요. 아주 미인이고 잘나가는 뷰티샵 실장이라고 하길래 너무 잘됐다 선남선녀다 하고 화기애애하게 자리를 끝내고 돌아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이 누굴 닮았더라고요. 그냥 제가 그 뷰티샵을 가봤겠거니 하고 말았죠...서울에 뷰티샵이 한두개도 아닌데 싶어서 떠올릴 생각조차 안해봤어요 그리고 한참 후에 다른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한때 심심풀이로 동네에서 아줌마들이 모여서 하는 부업을 한 적 있어요. 지퍼 고리 끼우고 박스 접고 하면 10원정도 주는 그런거요...친구가 그걸 할 때 제가 가끔 애 픽업까지 시간이 남으면 커피를 사가서 거기 일하는 아줌마들이랑 모여서 떠들고 논 적이 많아요. 친구를 보니 생각난게 그 예비 며느리가 그때 알게 된 사람 중 하나랑 정말 똑닮았다 싶더라고요. 그때 그분과 몇 번 밖에서도 만나 커피를 마신 적이 있지만 연락을 안한지 오래되어서 그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근황을 살짝 물어봤더니 안그래도 큰딸이 결혼하는 모양이라고...급하게 딸 이름을 물어보니 친구의 예비 며느리가 맞았네요...이름은 굉장히 흔한 이름인데 성이 꽤나 특이해서 동명이인일 확률은 적을 거 같아요. 그때부터 마음이 무거워져서 며칠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그분과 사적인 연락을 끊은 이유는...일단 집의 환경이 좀 특이해서였어요. 학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지만 70년대생인데 초졸...한글을 읽고 쓰는 걸 거의 못했어요. 친구가 부업을 하던 때가 한 2년전이었는데 휴대폰을 얼마전에 딸이 처음 사줬다고 했고 그마저도 거의 음성인식으로 쓰더라고요. 몇천원대 돈 계산도 잘 못하고...자기 명의 통장도 없어서 일한 돈은 현금으로만 받아간대요. 이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때는 그냥 사정이 있는가보다 했어요. 옆에 가면 항상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게 제 착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루는 너무 더우니까 집에서 커피를 마시자 해서 가봤더니 아...착각이 아니더라고요. 옷이 온 집에 쌓여있는데 집이 낡아서인지 곰팡이 투성이...방 하나에 거실 하나가 끝인 집이 그 냄새로 꽉 차있었어요. 에어컨도 없는데 왜 집에서 마시자고 한건지도 모르겠고, 커피 타는 걸 도와주려고 컵을 만졌더니 뭔가 끈적끈적한데다 누렇게 뭐가 끼여있어서... 비위가 상해 커피도 거의 못마셨네요. 그 외에도 기본적인 상식이 전혀 없고 세상물정도 전혀 모르고...사실 그런 것까지도 뭐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 있지...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연락을 끊게 된 건 입이 너무 험해서였어요. 카페나 길 한중간이더라도 뭔가 욕할 일이 생기면 지ㄹ염ㅂ하네 ㅆ벌놈~ 하고 크게 외친 뒤에 엄청 깔깔거리며 웃는 습관이 있으셨는데 듣고 있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수시로 희롱에 가까운 성적 속어를 쉽게 쓰시고...한겨울에 젤리 슬리퍼를 신고 나오거나 다 떨어진 신발이 버려져 있으면 남편 줘야겠다고 주워가거나...그런 점들이 조금 이해하기 힘들어 자연히 멀어졌었네요. 운동을 가면 동창을 매주 만나는데, 그 이후로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요. 슬쩍 그 결혼한다는 아가씨 집안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잘 모른대요. 상견례랑 결혼할때나 볼거같다고, 아들이 결혼준비에도 간섭하지 말라 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요즘애들은 참 별나다며 웃는데 저는 마음이 타들어가는 거 같았어요... 그분이 아주 나쁘거나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는 제 사돈이라고 생각하면...정말 힘들 것 같거든요...그리고 무엇보다 그집 셋째에게 장애가 있어요. 몸이 아닌 정신 쪽 문제인 것 같았고, 정말 막말로 어머니 쪽도 성인이 되도록 글도 모르고 계산도 못하는데 아들도 그렇다면...유전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아니더라도 나중에 친구 아들이 그 처남까지 건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솔직히 남의 결혼을 깨고 싶지도 않고 너무 선넘는 오지랖 같아서 입을 다물고 있으려 했지만...친구 아들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고, 친구가 그런 사람이랑 사돈을 맺는다는 것도 걱정되고...모른척한다 쳐도 결혼식에서 마주치면 제가 그쪽과 아는 사이라는 사실도 밝혀질텐데 나중에라도 문제 생기면 왜 말 안해줬냐고 원망을 듣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대학 동창이라 소꿉친구는 아니지만 정말 친한 사이에요. 부모님들이 살아계셨을 때는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왕래가 잦았고 저도 친구의 부모님 장례식을, 친구도 저희 부모님 장례식을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어요. 가족여행도 자주 같이 다녔고 친구 남편이 사고로 떠났을 때는 친구랑 아들이 2개월 정도 저희 집에서 산 적도 있어요. 우스갯소리지만 서로 나는 니가 집 망해서 빚이 억대로 생긴다 하면 바로 갚아줄 거라고 하는 사이에요. 그러면 그 친구에게 말해주는 게 맞는 건가요? 친구는 남편이 떠난 이후로 외동아들 하나에 목매다시피 살아온 사람이에요...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까요 손절당하고 욕먹더라도 적어도 예비 처남 이야기 정도는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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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면 혹시 내가 아는 집인지 좀 걱정되는데 그집 자식이 셋 맞는지부터 살짝 물어봐달라고 하겠어요. (셋 맞다고 하면 이야기해주겠다고.) 형제자매 몇이야? 정도는 가볍게 아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거니까요. 지금 결혼하는 나잇대에 형제자매 합쳐 셋인 집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그 시대면 많아야 둘 낳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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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도,, 토달지 말라고 이미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알고 진행하는거 같은데..
그리고.. 예비며느리쪽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고
옛날에 그정도로 본게 다이고, 그 사이에 어떻게 개선된건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글을 모르는거,, 청소안하는거 가지고 욕할 것도 아니고..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는것도 아들이 다 알고 있는거면 굳이 왜 ?
이거 이야기하는 순간 ..
어떤 루트로든 친구분과 연 끊기게 되는 걸겁니다.
친해도.. 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