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생일이라 차려 본 생일상. "그냥 먹고 싶은 거 한 두가지 식당에서 포장해와서 먹자"고 했다가 "아~ 갑자기 귀찮아졌다"라며 생일 특급 까방권을 시전한 아내 때문에 두 시간 타임어택으로 차린거라 뭔가 급조된 날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와중에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채워서 차려놓다보니 다국적 무근본 음식 셋팅이 되어버렸습니다 ㅋㅋ 샐러드야 채소 몇가지와 방울토마토 섞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되고 미역국은 평소에도 워낙 자주 끓이던거라 한 번 끓여서 약불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니까 큰 문제가 아닌데 홍게를 찌면서 두부 청경채 볶음, 화이트와인을 넣은 마늘 풍미의 관자 구이, 연어와 아스파라거스를 동시에 만들자니 화구가 부족하네요. 하이라이트 화구 세 개를 동시에 돌리고 오븐까지 가동해가며 아들내미 학원 가기 전에 겨우 다 차려냈습니다. 요리하는 내내 두꺼비집 내려갈까봐 조마조마했더랬지요. 그나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도가니찜을 주변 전문점에서 사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시간 못 맞췄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케이크는 딥스의 유자딸기. '언젠가는 홀케이크로 사놓고 팍팍 퍼먹어야지'라던 꿈을 아내 생일을 핑계삼아 이루어냈습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베리 콩포트의 맛이 일품입니다. 다만 조그만 조각으로 먹을 때는 사브레 쿠키가 무스를 잡아줬는데 홀케이크는 그게 없으니 자르면 무스와 콩포트가 옆으로 막 흘러내립니다. 왠지 마스카포네 티라미수의 질감이 떠오르는 장면.
점심을 거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좀 소박하게. 홍게찜 남은 거 살을 발라내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나물 좀 넣고 볶음밥을 합니다. 여기에 잔잔바리 다리를 넣고 끓인 라면을 곁들이면 즐거운 하루가 지나갑니다. 다음에는 좀 더 준비해서 본격적인 연회장 음식 셋팅을 해볼까 하는 욕심도 슬슬 생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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