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몽규 시대③] 구멍 드러난 축구협회장 선거, 손봐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인터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간이라는 소는 이미 잃었다.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한결 같이 외쳤던 변화를 시작할 타이밍이다.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졸속행정의 끝판왕’이었던 선거관리규정부터 다듬고 출발해야 한다.

◆회장선거관리규정 공개 일정


선거 준비 과정으로 돌아가 보자. 이번 선거는 당초 지난달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대가 될 ‘회장선거관리규정’은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6일에서야 공개됐다. 선거 후보자 등록 기한은 지난해 12월27일까지였다. 후보를 등록하기 전 규정을 따져볼 시간이 고작 20여일 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작부터 정보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이다. 정확한 규정 또는 개정사항을 알 수 없는 외부 도전자라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규정 공개의 일정을 합리적으로 잡아 규정에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운영위원회 명단 공개

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원회(운영위)’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두 번이나 꾸려진 운영위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름 공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책임감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이름을 공개하지도 못하는 위원들에게 공정한 선거 운영을 기대키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비공개는 자연스레 구성 배경에 대한 의심을 낳는다. 실제로 첫 번째 운영위 명단엔 외부 인원 변호사 중 3명이 축구와 관련이 없는 건설, 부동산 전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운영위 명단을 공개하면 의심과 의혹에서 한 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명단 공개를 동의한 인사들로 운영위를 꾸리는 방법도 검토해봐야 한다.

◆선거인단 확대

후보자 3명이 한목소리를 낸 이슈가 있다. 선거인단 확대다. 현재 축구협회 등록된 팀은 5300여 개, 등록선수만 20만명이다. 이번 선거인단은 192명으로, 0.096%에 해당한다. 축구인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축구협회 정관상 회장 선거인단 수는 100명 이상 300명 이하다. 직접 선거로 인한 투표율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기에 더 많은 축구인에게 투표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함께 직능별 다양성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향후 선거인단 확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위탁

잃어버린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선거 위탁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관위와 함께하는 것이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선거가 미뤄진 후 선관위에 위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관위 일정상 어려움과 절차상 이유로 미수탁을 결정한 바 있다. 준비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행법상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는 회장 선거를 선관위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또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4일 체육단체장 선거를 선관위에 위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정 종목 단체 회장 선거에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선출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 토론회 필수

토론회도 강제해야 한다. 토론회는 후보들의 정책 검증의 장이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이미 대한체육회는 회장선거관리규정 제21조에 ‘선거운영위원회가 주최하는 1회 이상의 후보자 정책토론회 참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 축구협회 규정상 토론회는 모든 후보가 동의해야 열릴 수 있다. 지난 21일 예정돼 있던 후보자 정책 토론회는 정 회장의 거부로 무산됐다.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표심을 정할 기회를 잃어선 안 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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