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값·수고비에 후기는 원고대로
영수증 리뷰 어뷰징 업체도 활동
리뷰 조작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빈박스’만 배송받고 거짓 후기를 쓴 뒤 수고비를 받거나, 남이 사용한 영수증을 활용해 후기를 작성하고 사은품을 받는 식이다. 가짜 후기를 조직적으로 쓰는 업체도 성행한다. 쿠팡체험단에 들기 위해 리뷰 추천을 주고받는 ‘쿠팡체험단 품앗이’도 등장했다.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이커머스 산업에 조작된 후기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접속한 카카오톡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리뷰작업이 한창이었다. 14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오픈마켓 판매 제품에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한 대가로 제품값과 함께 건당 500~2000원을 수고비로 받는 현장이었다. 이들은 리뷰를 인증하고 수고비를 계좌로 받았다.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당근이나 번개장터 등에서 되팔아 추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빈박스’ 수법도 흔히 쓰인다. 참여자가 주문 후 결제를 하면 판매자는 빈 박스를 발송해 실제 배송 기록을 남겨서 ‘진짜 후기’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실상은 제공된 원고·사진·동영상 등을 토대로 제품의 장점을 부각해 작성한 가짜 후기다. 한 판매자는 “업체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규모로 리뷰 작업을 진행한다”며 “인공지능(AI)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ㅂㅂㅅ’ 또는 ‘빈××’ 등의 은어도 쓴다”고 말했다.
오픈채팅 탭에서 검색어로 ‘쿠팡’을 넣으면 최상단에 뜨는 건 ‘쿠팡체험단 품앗이’로 시작하는 방이다. 쿠팡체험단 가운데 리뷰 추천 버튼 10~50개를 주고받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다. 1200명 안팎이 수시로 들고난다.
‘쿠팡체험단’은 무상으로 상품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쿠팡의 제도다. 성실한 리뷰 작성이 원칙이지만 선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체험단 사이에서는 앱에서 ‘도움이 돼요’를 표시한 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자체 분석하고, 품앗이 형태로 추천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리뷰가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체험단 시스템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팡 유료 회원 송모(53)씨는 “추천 수가 많은 리뷰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최신순 리뷰를 보는 습관을 들였다”고 말했다.
식당 리뷰 조작도 빈번히 발생한다. 네이버 플레이스의 ‘영수증 리뷰’ 시스템도 조작의 도구로 악용된다. 일부 음식점이 영수증 뭉치를 활용해 현장 방문 고객에게 사은품을 제공하며 대가성 리뷰를 유도하거나, 알바생에게 정성스러운 리뷰 작성을 요청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 등에서는 영수증 리뷰 작성을 포함해 어뷰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리뷰 품앗이나 금전 거래를 통한 리뷰 작성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짓 구매 후기를 등록하는 행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이지만 조작 행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면서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관련 업체가 많아져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면서도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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