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핵의 정치학'이란 부제가 달린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메디치미디어 펴냄)를 쓴 이철희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담화를 두고 "탄핵의 문의 열쇠를 열었다"고 논평했다.
이 전 정무수석은 15일 책 발간을 계기로 한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와의 대담에서 "탄핵의 문이 있다고 치면 이 문은 안에서 잠그게 돼 있다. 대통령이 안에서 문을 주로 열어줘야 탄핵의 문이 열리는데,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이 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탄핵의 문의 열쇠는 연 것 같다"고 비유했다.
이 전 수석은 "지금은 그 문을 여당이 지키고 있는 형국"이라며 "야당의 일부는 공공연하게 들어가겠다고 하는 거고, 국민들도 상당수는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시는 것 같고, 또 많은 분들은 '아직은 좀 모르겠다. 조금 더 보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국민적 압박은 조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인데, 2016년 촛불 때에 비춰 보면 아직까지 그 정도 열기까지는 안 가 있는 것 같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그때는 정말 노도와 같은 파도가 몰아치듯이 국민들이 탄핵을 외쳤다. 촛불 들고 연인원 1700만 명이 모였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건 안 되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인데, 현 상황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은 또 헌법재판소의 심판 단계에서는 "탄핵 사유에 대한 평가 기준은 '헌법과 법 위반이 중대하냐' 그러니까 자리에서 쫓아낼 정도로 중대한 위반을 했느냐"라며 "자리에 두는 것보다는 그 자리에서 파면했을 때 생기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이 기준이다).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을 쫓아냈을 때는 손해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아내려면 그보다 더 큰 헌법적 이익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걸 계량하고 가늠하는 것은 헌재의 몫이고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분위기상,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도로 보면 탄핵하냐 마냐를 떠나서 지금 국정 혼선·혼란을 체감하는 국민 정서는 박근혜 대통령 때보다 조금 더 심한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 상황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하기 나름"이라며 "대통령이 좀 절제하고, 국민 뜻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변화를 추구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탄핵까지 가자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존재가 야당의 역할이기 때문에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데,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주권자인 대통령을 만든 사람, 주권자인 국민"이라며 "그러면 그 결정을 번복할 때는 주권자들이 움직이게 해줘야 한다. 정당은 주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옆에서 거들어주고 참고자료들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지, '나를 따르라'는 방식으로는 잘 안 따라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