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이른 아침부터 로또 명당에 줄 서있는 사람들/사진=유지희 기자
평일 이른 아침부터 로또 명당에 줄 서있는 사람들/사진=유지희 기자
"매주 10만장 정도 팔려요, 로또 명당이 로또 맞았다는 말이 맞죠."

21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로또 명당'을 아버지와 함께 운영한다는 김모씨(40)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물론 1등 손님의 당첨금이 더 많긴 하지만 로또 명당이 로또 당첨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며 "그래도 저희는 가게에서 나오는 1등 손님을 늘 부러워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로또 판매액 '역대 최고치' 달성에…"명당은 얼마버나"

로또복권이 지난해 6조원 가까이 팔리며 역대 최대 판매액을 기록하면서 ‘로또 명당’이라 불리는 복권 판매점들의 수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5조956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서울 송파구 '로또 명당' 주인 신모씨(76)는 "주당 많이 팔리면 8만장, 적게 팔리면 7만5000장 정도 팔리는데 길거리 가판대라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1등 당첨자가 세 번 이상 나오면 명당으로 불린다. 이곳은 10년째 명당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당이 된 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큰 건물이나 빌딩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로또 명당/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로또 명당/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는 곽모씨(60)도 "5년 전쯤 명당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주당 3만장 정도 팔리던 로또가 6만 장씩 팔린다"며 "인건비, 임대료 등 운영비가 적지 않지만, 일반 자영업자보다는 확실히 많이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또 판매점은 로또 한 장을 판매할 때마다 판매액의 5.5%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예컨대 1만원어치를 판매하면 550원이 판매점의 마진이 되며 부가세를 제외한 실질 수익은 500원이다.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한 결과, 서울 노원구, 송파구, 영등포구 등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가게들의 판매 수수료를 추산하면 월 6000만원에서 1억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7억2000만원에서 12억원에 이른다.

지난 15일 진행된 로또 1159회차의 1등 당첨금은 12억8485만원이다.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판매점들은 매년 1등에 당첨된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많이 팔릴수록 1등 확률 높아져 '선순환 구조' 반복

로또 명당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로또 명당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로또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많이 팔릴수록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1등 당첨자가 나오면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반복된다.

이날 서울에서 유명한 로또 명당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오전부터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송파구에 위치한 로또명당에서 만난 김 모씨(71)는 "가게 오픈 30분 전부터 줄을 서 있었고, 우이동에서 매주 금요일 아침 이곳을 방문해 로또를 사고 있다"며 "2002년 로또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구매하고 있는데 명당에서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서 일부러 온다"고 말했다.

로또 명당을 위해 일부러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구리에서 서울 노원까지 로또를 사러 왔다는 직장인 김 모씨(42)는 "로또를 산지 3~4년 정도 됐는데 매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방문해 사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잠실까지 왔다는 대학생 임 모씨(22)는 "여기가 명당이라고 해 일부러 찾아왔다"며 "친구것도 대신 사다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총 3만원 어치 구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나도 당첨되지 않을까'…기대심리 작용한 것

전문가들은 특정 판매점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면 본인도 당첨될 것 같은 심리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인해 당첨자가 많아지는 현상일 뿐, 특정 판매점에서 사는 것이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명당에서 당첨 확률이 높다고 믿는 자기충족적 예언과 확증편향이 작용해 존재하지 않는 연관성을 과대 해석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동조효과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곳에서 복권을 사면 자신도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불황으로 복권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복권 명당이 더욱 붐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