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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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발달로 전자기기가 출판·인쇄물을 대체하면서 제지업계에선 신사업 발굴이 숙제가 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페이퍼코리아는 재활용 크라프트지를 통해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곳으로 꼽힌다. 신문 용지를 주로 제작했던 이 회사는 최근 전세계적인 '탈(脫) 플라스틱' 흐름에 맞춰 플라스틱을 대신할 크라프트지를 만들고 있다.

페이퍼코리아가 만든 재생 크라프트지는 세계 각지의 제지 유통사를 통해 월 3000~4000t씩 호주·미국·동남아시아로 수출된다. 현지에서는 맥도날드·스타벅스와 대형 유통업체가 이 회사가 만든 크라프트지를 활용해 포장지와 쇼핑백을 만든다. 국내에선 현대·신세계백화점이 이곳 크라프트지를 활용해 쇼핑백을 만든다.

회사는 다양한 스펙의 크라프트지를 개발해 신사업 매출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엔 크라프트지 매출 부문인 산업용지 부문과 기존 사업 영역인 신문용지 매출 비중이 50대 50을 이뤘다.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는 "자사 크라프트지는 국내 시장 점유율 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제조 기술력을 기반으로 쇼핑백 외에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는 크라프트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마무리한 건 구멍이 뚫려있는 습포지다.구멍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 비닐하우스나 창고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제품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대표는 "중국에선 비닐하우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습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현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만큼 품질만 보증이된다면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물이 종이를 통과한 뒤 종이의 품질이 변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 사진=이미경 기자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 사진=이미경 기자
권 대표는 중국산 제품에 비해서도 단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재생 크라프트지 제조 과정의 핵심인 해리(폐지를 물·약품과 섞어 풀어내는 것) 과정에 자신이 있어서다.그는 "우리 회사만의 약품 배합 노하우가 있다"며 "가격이 저렴한 다양한 폐지를 효율적으로 가공·처리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크라프트지를 활용한 박스포장지도 성능 테스트 단계에 있다. 박스표면지는 종이상자 가장 바깥부분의 종이로, 상자의 외관을 좋게 만들기 위해 펄프를 일부 사용한다. 최근 제지업계에선 박스포장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펄프를 크라프트지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권 대표는 크라프트지 활용범위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편의점이나 약국에서는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여젼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정책 흐름에 따라 이 포장재들을 종이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수요가 재생 크라프트지 시장에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회사의 목표는 크라프트지 시장 확대를 통해 회사 매출 구조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원재료가 쌀 때 이익을 많이 내고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 손실을 보면 이전에 벌어놓은 이익으로 버티는 제지업계의 일반적인 구조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크라프트지 신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독보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군산=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