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숙소, 연휴엔 '24만원'…여행객 내쫓는 '바가지요금' : 네이트 뉴스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25-03-01 10:18 최종수정 2025-03-01 11:04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 주말 숙박요금은 6만원이지만, 연휴가 시작되는 3월 1일은 손님이 많아 가장 싼 방이 24만원입니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3월 1일 숙박요금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사흘간의 연휴 기간 숙소 예약이 폭증하면서 객실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요금을 4배 가까이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휴 동안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객실의 숙박료는 60~70만원을 웃돈다.

침체된 국내여행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잇따르지만 숙박업소의 '바가지 요금' 문제는 여전하다. 성수기나 큰 행사를 앞두고 평소보다 숙박 요금을 올려받는 업소가 늘면서 해외여행보다 되레 비싼 여행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단속을 피해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는 숙박업소가 관광시장 침체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28일 머니투데이가 제주도와 경기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강원도 일대의 숙소 15여곳을 무작위로 선발해 3월 1일부터 3일까지 숙소 요금을 문의한 결과, 펜션 1곳, 모텔 1곳을 제외한 13곳이 2배 이상 요금을 올렸다. 양평의 한 펜션은 스위트 객실의 1일 숙박요금이 60만원을 넘어섰는데, 이 객실의 평소 요금은 15~20만원 수준이다.

바가지 숙박 요금은 국내여행의 최대 걸림돌이다. 해외여행 비용이 점차 낮아지는 반면, 성수기 국내 여행 비용이 치솟으니 국내를 택하는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설문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남녀 63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바가지 숙박요금 때문에 국내여행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역 축제와 숙박업소의 바가지 요금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개인 사업장이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거나 계도조치를 하는 것 외에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고발을 하더라도 영업정지나 벌금이 나오는 사례도 드물다. 지리산 인근의 한 숙박업소 관계자는 "적발된 업소가 문제 없이 영업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올릴까' 하는 생각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외국인 여행객이 줄어드는데다 국내 관광객까지 줄어들면서 우리 여행 시장은 점차 침체되고 있다. 지난달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이어진 6일간의 연휴에도 우리나라 국민은 국내 여행지 대신 해외를 찾았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여행 관심도는 80, 여행비 지출의향은 79로 전년 동기(90, 113)는 물론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도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우리 여행객의 지갑을 닫는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숙박업소 스스로도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3월에만 국내 숙박업소 할인권 30만장을 배포하기로 했다. 이를 마중물 삼아 합리적 요금 책정으로 국내 관광객의 재방문과 해외 관광객의 방한을 유도해 '2000만 방한 관광객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여행 플랫폼 고위 관계자는 "다른 나라도 성수기에 숙소 가격을 올리는 곳이 많지만 3배가 넘는 경우는 드물다"며 "국내 여행객뿐만 아니라 방한 관광시장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관광객도 숙박업소 요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숙박업소 스스로 요금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만원 숙소, 연휴엔 '24만원'…여행객 내쫓는 '바가지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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