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성인 ADHD 환자 최근 5년간 5~7배 급증
에스파 닝닝·가수 비비도 ADHD 증상 고백
에스파 닝닝·가수 비비도 ADHD 증상 고백
출처=유튜브 'W KOREA'
"회사에서 자꾸 숫자 실수를 하고 사수가 알려주는 것도 잘 기억하지 못해 속상합니다."지난해 11월 중소기업 회계·경리직으로 취업한 20대 손모 씨는 최근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받았다. 그는 "출근할 때 딴생각하다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도 드라마나 영화 같은 긴 영상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단순히 성격이 급하고 덜렁대는 탓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진료받는 성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ADHD는 일반적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성인기에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ADHD 진료 인원 현황'에 따르면 2023년 ADHD로 진료받은 환자는 20만125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7만 2452명 대비 2.78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 20세 이상 성인의 경우 진료 인원은 2019년 1만8105명에서 지난해 8만9664명으로 4.95배 늘었다. 특히 30대가 2019년 4201명에서 지난해 2만9072명으로 무려 6.92배 급증했다.
"ADHD에 대한 인식 높아져"…에스파 닝닝·가수 비비 ADHD 고백
출처=유튜브 '띠집'
의료계에서는 성인 ADHD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질환에 대한 인식 확대 △진단 기술 발전 △사회적 스트레스 증가 등을 꼽는다.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많은 성인이 자신이 겪고 있던 증상이 ADHD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돼 진단받게 되는 것. 또한 뇌 기능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고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에 미처 주목되지 않았던 ADHD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ADHD는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요 증상으로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산만함, 대인관계 문제, 감정 기복, 건망증, 낮은 자존감 등이 있다.
연예계에서도 ADHD를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룹 에스파 멤버 닝닝은 2023년 11월 그룹 갓세븐 멤버 뱀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살짝 ADHD가 있다"고 밝혔고, 가수 비비 역시 지난해 2월 유튜브 채널 'W Korea'의 소지품 공개 영상에서 "항상 ADHD 약을 들고 다닌다"고 고백했다.
"ADHD 환자 기대 수명 일반인 보다 짧아"
ADHD는 단순한 주의력 결핍 문제가 아니라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ADHD 진단을 받은 성인 3만여 명과 일반인을 비교 분석한 결과 ADHD 환자의 기대수명이 일반인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ADHD를 진단받은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73.26세로 ADHD가 없는 남성(80.03세)보다 약 6.8년 짧았으며 여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83.79세인 반면 ADHD 환자는 75.15세로 그 차이가 8.6년에 달했다.
연구진은 ADHD 자체가 기대수명을 단축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ADHD 환자가 흡연·음주, 불규칙한 생활 습관, 충동적 행동,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등으로 인해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ADHD 환자는 학업 성취도가 낮고 실업·재정 문제·사회적 차별을 겪을 확률이 높으며, 형사 처벌이나 노숙 등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전문가 "100% 예방 없지만, 생활습관 개선 통해 증상 조절 가능"
전문가들은 ADHD를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과도한 미디어 노출 제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 유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또한 ADHD가 의심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인 ADHD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지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나경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는 유전적 요인이 크고 예방이 어려운 질환으로 성인 ADHD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이미 만 12세 이전에 증상이 있었어야 한다"며 "ADHD는 신경발달 장애로 청소년기에는 두드러지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문제가 드러나며 뒤늦게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ADHD 환자들은 긴 영상에 집중하기 어려워 짧은 영상(쇼츠)을 주로 시청하는 경향이 있는데 짧은 주의력에 맞춰진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증상이 의심될 경우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고 인지행동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