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과 충돌했던 中 쇼트트랙 선수, 계주 끝나자 "그냥 더러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딴 중국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더러워!”라고 소리쳤다. 중국 언론은 “한국 선수들의 행동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했다.

9일 시나스포츠 등에 따르면,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이 끝난 뒤 중국 대표팀 선수 쑨룽은 공동취재구역을 지나며 “더러워! 그냥 더러워!”라고 소리쳤다. 중국 여자 선수들이 인터뷰하던 도중이었다. 마이크에 대고 무언가 말하던 여자 선수는 쑨룽의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쳐다봤고, 그가 지나간 뒤 눈썹을 치켜올리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 박지원은 결승선을 2바퀴 남기고 중국의 마지막 주자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인코스로 파고든 린샤오쥔은 손을 사용했고, 박지원도 이에 대응했다. 치열한 자리 다툼 중 뒤에 있던 카자흐스탄 선수가 치고 나왔다. 이때 린샤오쥔이 카자흐스탄 선수와 충돌해 뒤로 밀렸고, 박지원은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심판은 박지원에게만 페널티를 줬다. 한국이 실격함에 따라 4위였던 중국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에서는 “한국 반칙 때문에 중국이 동메달을 땄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지 매체들은 쑨룽의 외침이 한국 선수들의 반칙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나스포츠는 “계주 경기에서 중국과 한국 선수 간에 신체 접촉이 많았고, 쑨룽은 경기 도중 여러 차례 방해를 받았다”며 “남자 1000m 경기에서도 쑨룽이 넘어졌지만 심판은 한국이 반칙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쑨룽은 상대 선수의 경기장 내 행동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서 쑨룽은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박지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쑨룽은 손으로 박지원의 얼굴을 치기도 했다. 이후 쑨룽은 홀로 넘어졌고, 심판진은 박지원과 쑨룽의 접촉이 한 선수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해 페널티를 내리지 않았다. 그 결과 박지원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쑨룽은 4위를 차지했다.

쑨룽은 이 경기가 끝난 뒤 “공동 책임의 지점이 어디까지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박지원이 코너로 진입할 때 나를 밀어서 무게중심을 잃게 만든 사람이었는데, 내 공동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동 책임의 요점이 내가 박지원을 친 것에 있느냐”며 “내가 그를 친 게 아니라 그가 나를 밀쳤을 뿐인데, 내 반칙은 어디에 있고 내 공동 책임은 어디에 있나. 그게 내가 궁금한 점”이라고 했다. 이어 “박지원 한 사람이 우리 중국 선수 두 명을 내리쳤는데, 이런 위험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는데도 페널티가 없다면 쇼트트랙 경기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쑨룽은 중국신문망에는 “스포츠맨십은 매우 깨끗하고 순수하며 오염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쇼트트랙은 항상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고 우리에게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며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마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금 2개, 은 2개, 동 4개를 획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조선닷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