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구직으로 일하고 싶은데…"
연 씨는 스타트업 입사도 고려 중이지만 외국인 고용 허용 한도가 걸림돌입니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11명 이상 50명 이하 중소기업의 경우 내국인 피보험자 수의 절반까지만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건설업은 연간 공사금액이 15억원 이상이면 공사액 1억원당 외국인을 0.8명 채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채용할 수 있는 외국인 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국인 고용 보호를 위한 장치인데 인력난에 외국인 고용을 늘리고 싶은 기업이나 한국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는 제약입니다.
매년 유학생의 30% 이상이 한국 취업을 원하지만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률은 8.2%(지난해 기준)에 불과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은 18만2천명입니다. 이 가운데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은 4만8천명에 달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외국인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공 미스매치입니다. 국내 4년제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70.1%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입니다. 반면 외국인 채용 문턱이 낮은 일자리는 대부분 농업·제조업에 몰려 있습니다. 이마저도 단순 노무 위주여서 11.4%에 불과한 공학 전공 외국인 구직자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일자리 수요에 맞는 전공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4년제 및 전문대학에 계약학과를 늘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기업과 취업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유학생을 초청할 때 지역 기업 수요에 맞는 산업인력을 우대 선발할 방침입니다.
외국인 취업자가 비수도권 지역에 정착할 유인을 조성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취업자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 또한 뚜렷합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와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의 지역산업 맞춤형 숙련 개발에 적극 나서고, 각 기업은 외국인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등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 인력 비자 요건 완화·정주 여건 개선 '수두룩'
외국인이 국내 어학당에서 3개월 이상 공부하려면 대학부설어학원연수 비자(D-4-1)가 필요합니다. 대학을 다닐 땐 학사유학 비자(D-2-2)가 있어야 하고, 일을 하려면 직종에 맞는 취업비자가 요구됩니다.
외국 인재의 효과적인 국내 정착에는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을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비전문취업 외국인의 직업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할텐데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9개월째 우리말을 공부 중인 한 학생은 한국어 자격증을 딴 후 국내 대학에서 공부할 계획입니다. 졸업 후엔 국내에서 음악산업 관련 일에 진출하려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전체 외국인 취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비전문취업(29.1%)입니다. 그런데 비전문취업 E-9 비자에서 숙련기능인력 E-7-4 비자로의 전환율은 3.8%(지난해 12월 기준)에 불과합니다. 장기체류 외국인 비중도 3.5%로 OECD 평균(10.6%)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정부가 그동안 단기·비숙련인력의 양적 확대에 치중한 결과 외국 인재를 선별·유치하고 정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비자 연결고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컸습니다.
이런 비판에 따라 현재 정부는 ‘비자 사다리’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은 구직을 통해, 기존 단순노무 근로자는 직업교육과 한국어 실력 향상 등으로 숙련인력 또는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하기 쉽게 하기로 했습니다. 창업 준비, 창업 이민을 원하는 경우의 비자 발급도 지원합니다. 비자 사다리의 최종 목표는 거주(F-2)나 영주(F-5-24) 비자 취득을 통한 외국인의 국내 정착입니다.
비자 사다리가 지속가능하려면 만족도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적입니다. 통계청과 법무부의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전문인력 중 임금 및 보수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45.2%로, 비전문취업 근로자보다 50%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직을 원하는 사람의 비중도 18.9%로 비전문취업 근로자의 2배에 달했습니다.
조경엽 한경협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인력난 완화 수단으로 사용하면 산업구조와 기업 구조조정을 늦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전문 인력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외국인 영주권·국적 취득 요건 완화,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 전문 인력 체류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민이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에 취업해 정주하려고 하는 유학생은 늘고 있지만 업종 등에 있어 한계가 있어 이러한 부분을 열어주는 작업과 정책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고용 확대로 인한 내국인의 반발이나 취업 시장 경쟁 심화와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