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나흘째 급락세를 이어가며 전 거래일 대비 2.64% 하락한 2417.0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700선이 무너지며 전장보다 2.94% 내린 689.6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밑돌며 190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국내 반도체 대장주이자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53%(2400원) 하락하며 5만60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 업종은 대표적인 ‘트럼프 피해주’로 꼽힌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한국 증시가 하락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과 반도체 실적 우려가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이 가속화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나 연구원은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 트럼프가 중국 관세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나 해소될 것”이라며 “따라서 주가 추세를 기대하면서 대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전술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등을 ‘기대’하지 말고 트럼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업종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반도체와 2차전지·자동차 등은 대표적인 피해산업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수혜주로는 방산·조선주 등이 꼽힌다.
다만 “트럼프의 반중 강경파인 내각 임명 이슈를 주가가 단기간에 급하게 반영한 점을 고려할 시 기술적 반등이 나올 가능성 있다”고도 덧붙였다.
바닥을 아직 찍지 않았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에 착시를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2650선 정도여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가 그렇게까지 많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PBR은 0.8배이고 최근 3년 저점은 0.73~0.76배였다. 박 연구원은 “이를 해석하자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이외 종목의 하락 룸(여지)이 더 커지는 국면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징후가 나온 이후에야 코스피지수의 락바텀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저점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저점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삼성전자의 하락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던 주식이 더 많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고가를 쓰고 있던 알테오젠, HD현대일렉트릭 등 바이오와 전력기기 관련 주가 반도체주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전체 포지션이 밀렸고 단기 저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은 시장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반등하는 과정에서 괴리가 벌어졌던 바이오, 산업재 등 주도주와 반도체의 수익률 간극은 한 번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