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에 대한 저항 발생시 서울에서 가까운 9사단·30사단 등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한겨레가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70쪽짜리 수첩을 보면 ‘역행사 대비’라는 문구와 함께 “전담(민주당 쪽)”, “9사단 30사단”이라고 적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야당을 포함한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경우를 ‘역행사’로 부르며 육군 제9보병사단과 제30기갑여단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두 부대 모두 경기도 고양에 있어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 특히 9사단은 12·12 군사반란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부대로 서울에 진입했던 병력이다. 30사단은 당시 1공수여단의 서울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반란군에 동조했다. 다만 30사단은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비축소 대상이 되어 2020년 제30기갑여단으로 재창설됐다.
수첩에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동원 정황도 나온다. 주요 사령관의 이름, 역할과 함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면 “용인 : 역행사 방지 대책 강구”라고 적혀 있다. 경기도 용인은 지작사가 위치한 곳이다. 지작사는 원래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지상구성군사령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뒤 지작사에 저항세력을 막을 대책을 강구하는 임무를 맡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확보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난해 11월초 휴대전화 메모에는 ‘ㅈㅌㅅㅂ의 공통된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 ㅈ 역시 지작사를 의미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지작사 관계자는 “지작사령관이 국회에서 이미 수차례 분명하게 밝혔지만 12·3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지작사는 비상계엄과 관련한 어떤 임무도 부여받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또 “노상원씨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메모를 남겼는지 모르지만 용인이 지작사를 지칭한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민노총”, “전교조”, “민변”, “어용판사” 등을 1차로 500명을 수집(체포)할 계획이 담겨있다. 이들을 북한 접경 지역으로 추정되는 오음리, 현리, 화천, 무인도 등의 수집소에 보내는 방안도 적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