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영상통화 녹화는 괜찮다"는 재판부…피해자 "2차 가해"

축구 선수 황의조(33)가 불법 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은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축구 선수 황의조(33)가 불법 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은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황의조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4회에 걸쳐 휴대전화로 성관계 장면을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범행 횟수와 촬영물의 구체적 내용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아직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 제기 이후 피해자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공탁했고, 현재까지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며 "피고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도 다른 범행(영상 유포)의 피해자이고 이에 가담한 바 없어 다른 범행으로 초래된 피해까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황의조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다 나체 장면을 녹화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황의조가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게 아니라,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 또는 이미지를 녹화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음란물 촬영에 대한 오인·착각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축구선수 황의조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촬영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황의조는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사진=뉴시스

피해자 측은 검찰 구형에 못 미치는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은 피고인보다 피해자에게 더 잔혹한 법원에서 일어난 예견된 참사"라며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불안을 남긴 불법촬영 범죄자에게, 피해자에게 노골적인 2차 가해를 저지른 유명 축구선수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명예가 훼손될까 걱정하며 피해자의 발언권을 박탈했고,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법원에 나와 직접 하라며 입을 틀어막았다"며 "1심 판결은 흉측하다"고 지적했다.

황의조는 2022년 6∼9월 4차례에 걸쳐 여성 2명의 동의 없이 불법 촬영하거나, 영상통화를 녹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자신이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은 2023년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과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황의조 측은 유포자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유포된 황씨의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황씨가 불법 촬영을 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영상 유포자는 황의조의 매니저 역할을 해온 그의 형수로 드러났다. 형수는 사생활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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