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로 청혼하지 마세요"…마트서 1캐럿에 10달러, 이런 날 온다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25-02-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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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다이아몬드로 프러포즈하지 마세요"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업체 드비어스가 1947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후 다이아몬드 반지가 청혼반지로 사용됐지만, 합성(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다이아몬드 신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드비어스 홈페이지

합성 다이아몬드는 미국 다이아몬드 청혼반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보석상들은 현재 합성 다이아몬드가 다이아몬드 알갱이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2020년 초 10개 중 1개였던 데 비해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하 200㎞에서 수억 년에 걸쳐 생성되지만, 합성 다이아몬드는 작은 다이아몬드 씨앗을 실험실에서 키우는 방식으로 불과 수백시간 만에 만들어진다. 품질은 보통 사람 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구성 성분이나, 결정 구조, 광학적·물리적 특성도 동일해, 전문 장비를 갖춘 보석 감정사 외에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같은 값에 합성 다이아몬드는 4배 크기

6000달러로 살 수 있는 다이아몬드 캐럿 사이즈/그래픽=김지영

다이아몬드 업계 전문 애널리스트인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2015년에만 해도 천연 다이아몬드와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은 거의 동일했으나 2024년에는 같은 돈이면 4배 큰 합성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이아몬드를 땅에서 캐내는 것보다 공장에서 만드는 게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말에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6배 더 큰 합성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지는 "돈 쓰는 걸 싫어하는 남자친구가 더 크고 멋진 다이아몬드, 더 행복한 약혼녀, 그리고 그럴 듯한 지위의 상징이라는 매력적인 제안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지난 2022년 초 전 세계 다이아몬드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며 반짝 상승했으나 이후 줄곧 하락했다.

다이아몬드 가격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10일 다이아몬드 가격 지수는 94.94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7일(158.39) 대비 40% 하락한 가격이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약 13.3% 떨어졌다. 국제 금값이 1트로이온스(31.1g)당 29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다이아몬드 가격은 정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이는 수요가 천연 다이아몬드에서 합성 다이아몬드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인데, 합성 다이아몬드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은 2022~2024년 기간 천연 다이아몬드 수입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드비어스의 매출은 3분의 1이 줄었다.

다이아몬드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현 추세를 기반으로 향후 합성 다이아몬드 수요 증가를 예측했는데,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다르게 다이아몬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이 싸질수록 수요가 늘어날까?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치는 가격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즉 가격이 싸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청혼반지를 사본 사람은 알 듯이 이 반지는 일반적인 재화가 아니다. 중요한 이정표를 기념하기 위한 일회성 구매이기 때문에 가격표가 반지 자체만큼 중요하다. 약혼녀가 손가락에 낀 크고 반짝이는 돌(다이아몬드)은 청혼자의 사랑의 크기, 더 정확하게는 지갑의 크기를 나타낸다.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선택되는 보석인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이 제시한 개념인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비슷하다. 이는 외제차나 보석 같은 값비싼 상품은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합성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의 유사성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언젠가는 더 이상 사랑과 부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합성 다이아몬드의 도매 가격은 90% 급락했지만, 보석상들은 도매가 하락을 소매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고 마진율을 높여왔다. 3캐럿(1캐럿=0.2g)짜리 합성 다이아몬드의 소매 마진율은 5년 전 30%에서 거의 90%로 높아질 정도다. 반면 천연 다이아몬드의 마진율은 여전히 약 30% 수준이다.

인터넷에서 캐럿당 400달러대에 팔리는 합성 다이아몬드/사진=리타니닷컴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하락할 여지가 큰 것이다. 세계 보석 유통의 '큰손' 라파포트 그룹의 마틴 라파포트 회장은 "멀지 않은 미래에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이 캐럿당 10~15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이아몬드 소매시장은 경쟁적이기 때문에 보석상들이 합성 다이아몬드에서 지금처럼 높은 마진율을 고수하기 힘들다. 지금도 일부 온라인 소매업체는 겨우 몇 백달러에 합성 다이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청혼을 준비하는 남자가 6000달러짜리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큰 4000달러 합성 다이아몬드를 흔쾌히 선택할 수 있지만, 6000달러짜리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300달러에 불과한 합성 다이아몬드는 내켜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그렇게 싸구려 남편이 되는 건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합성 다이아몬드가 코스튬 쥬얼리 업체나 할인마트의 상품으로 팔리기 시작하면 밸런타이 데이 청혼에 어울리는 사치스러운 선물의 위치가 무너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미국 뉴욕이나 번화가에서 천연 다이아몬드를 판매하는 기업은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합성 다이아몬드와의 경쟁으로 지난 6년간 1캐럿 다이아몬드 가격은 37% 하락했는데, 합성 다이아몬드 가격이 더 내려가면 보석상들이 파는 다이아몬드 가격은 더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석 업체와 판매자들에게는 천연 다이아몬드가 더 가치 있다고 소비자를 설득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드비어스가 틀렸을지 모른다며 "다이아몬드는 영원하지 않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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