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10억' 고덕 대장 아파트, 5억원대로 추락
GTX 주목받던 평택지제역 아파트 가격도 '휘청'
"공급 이기는 시장 없어…하락세 지속될 것"
GTX 주목받던 평택지제역 아파트 가격도 '휘청'
"공급 이기는 시장 없어…하락세 지속될 것"
평택시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반도체 벨트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 소식에 치솟았던 평택 집값이 빠르게 주저앉고 있다. 부동산 시장 한파와 반도체 불황,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집값이 1년 내리 하락해 준신축 아파트도 가격이 최고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5억8000만원(3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6억6000만원(24층)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8000만원이나 주저앉았다. 층수가 비슷한 지난해 9월 6억5700만원(5층)과 견줘도 크게 낮아진 액수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의 실거래가 최고액은 2021년 기록한 9억8000만원(15층)이다. 이 아파트 전용 110㎡도 지난달 최고가 13억원의 56% 수준인 7억3000만원(2층)에 팔렸다. 인근 '고덕신도시자연앤자이' 전용 84㎡는 같은 시기 5억4000만원(25층)에 손바뀜됐다. 역시 최고가 9억원의 60% 수준이다.
평택지제역 역세권 단지인 평택시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고덕동 한 개업중개사는 "삼성전자 효과로 한때 국민 평형(전용 84㎡) 호가 10억원이 넘었던 고덕 대표 아파트"라며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공장 건설이 늦춰지고 일부 설비도 멈추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격이 빠르게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집주인 대부분이 호가를 내리지 않으려 하지만, 간혹 매도가 급한 경우도 있지 않으냐"며 "가격을 약간 낮춰서는 매수세가 붙지 않으니 크게 낮춘 급매물만 드물게 거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GTX 연장 소식에 주목받던 평택 아파트 가격도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7억7000만원(24층)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GTX 연장을 추진하면서 A·C 노선 더블 역세권이 되는 평택지제역 역세권 단지로 몸값을 높였던 곳이다.
평택지제역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인근 개업중개사는 "GTX 연장 발표 당시 국민 평형 호가는 11억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고가는 9억원"이라며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는 그나마 역세권이라 덜 내렸지, 뒤편 아파트 가격은 더 내려갔다"고 토로했다.
약 800m 떨어진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전용 83㎡는 지난달 4억2000만원(6층)에 팔려 최고가 7억원의 60% 수준으로 내려왔다. 건너편 '평택센트럴자이3단지'도 전용 84㎡가 4억2200만원(12층)에 팔려 최고가 7억200만원의 60%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준공된 준신축 아파트이지만,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평택의 전통적인 중심지였던 소사벌 일대도 가격이 크게 내리긴 마찬가지다.
비전동 '평택소사벌푸르지오' 전용 83㎡는 지난달 3억8400만원(21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9월 4억1500만원(12층)에 거래된 이후 3억원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기록한 최고가 5억5500만원(20층)에서 약 30% 내렸다. 바로 옆 '소사벌리더스하임' 전용 84㎡는 지난달 더 낮은 가격인 3억3800만원(15층)에 새 주인을 맞았다. 죽백동 '평택소사벌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전용 84㎡ 역시 같은 시기 3억3700만원(5층)에 팔렸다.
평택 주거 중심지인 소사벌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비전동 개업중개사는 "한창 오를 때는 5억원대였던 일대 국민 평형(전용 84㎡) 집값이 3억~4억원대로 내려왔다"며 "도심과 거리가 있는 택지지구 아파트의 경우 연식이 좋아도 실거래가가 2억원대로 추락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 공사비만 평(3.3㎡)당 800만원 수준이던데, 아파트 가격이 공사비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라며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택은 반도체 벨트 기대감으로 아파트 공급이 대폭 늘었다. 2014년 1775가구였던 입주 물량은 점차 늘어 2017년 1만가구를 넘어섰고, 2019년(1만6888가구)에는 1만5000가구를 웃돌기도 했다. 2020년대 들어서도 △2020년 7485가구 △2021년 7719가구 △2022년 6963가구 △2023년 6163가구 △2024년 6689가구 등 꾸준히 공급이 이어졌다.
평택시에는 지난 10년간 8만5712가구가 입주했는데, 적정 공급물량은 연간 3000가구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도 2만288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수요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공급이 이어지면서 집값은 내리고 미분양도 늘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아파트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평택시 집값은 지난해 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연간 2.86% 내렸고 올해도 0.71% 하락 중이다. 미분양도 지난해 12월 기준 4071가구에 달해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평택 집값이 당분간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이유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평택은 막대한 입주 물량으로 주택 공급이 넘치지만 반도체 불황으로 수요는 쪼그라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평택과 맞닿은 용인의 경우 공급 과잉일 때 주택 가격이 50%까지 내려가기도 했던 만큼,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적어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경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올라야 바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