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끝난 것”이라며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을 요약하면 ①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고, ②경고성 목적의 계엄이며 ③국회 장악이 아닌 질서유지 목적이었을 뿐이고 ④본회의장 점거 및 정치인 체포 지시한 적 없다 등이다.
이런 주장을 통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위헌·위법이 아니며,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던 만큼 ‘목적범’인 내란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이 소집했던 국무위원들과 계엄군을 지휘한 주요 군 사령관들은 수사기관에 이에 반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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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비상계엄 만류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경찰의 12·3 계엄 관련 국무위원 조사 내용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지난달 3일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계획을 전해 듣고선 이를 몇 차례 반대했다.
지난해 7월 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빈관에서 열린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경찰력으로는 치안유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전시나 사변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며 “같이 국정을 운영하는 참모들조차 비상계엄을 만류했다는 건 향후 재판에서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는 정황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한 총리와 최 대행은 윤 대통령이 계엄 의무절차인 국무회의 심의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총리는 “대통령님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고, 최 대행은 “국무회의가 시작하고 끝날 때 의사봉을 두드리는 절차가 없었고, 아직도 그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는 계엄의 위헌성을 다투는 탄핵심판에서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헌법재판소 제공)
“계엄 쪽지 6~7장 준비”… "경고성 계엄" 맞나
윤 대통령 혹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작성했다는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전 국방장관도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쪽지를 건네받은 사람이 기재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조태열), 경찰청장(조지호), 국무총리(한덕수),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국가정보원장(조태용)도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6~7장 준비했다”며 “비상계엄을 주도하는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협조가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이 실제 실행 목적이 아닌 단순 경고성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배척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비상입법기구 문건의 사본이라며 지난 20일 MBC가 공개한 문서. 사진 MBC 캡처
국회의사당 내 계엄군 투입은 그 자체로 국헌문란의 핵심 증거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헌재 5차 변론기일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그리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만큼, 윤 대통령 내란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도 헌재 변론기일에 나올 주요 증언들을 주시하고 있다.
석경민·심석용·양수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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